6년

오늘이 마지막이다.

6년만에 이직이다.
군대 2년보다 길고, 고등학교 3년보다 길고, 대학 4년보다도 2년이나 더 긴 시간이다.

2011년 6월 대학을 졸업하고, 이리저리 불안초조해하며 시작한 첫 직장, 그리고 머지 않아 정말 신기하게 열린 이 기회를 찾아 시카고로 혼자 내 승용차에 짐 가득 싣고 운전해내려오던 날이 기억난다. 정말 엊그제 같다. 벌써 6년하고도 몇달이 지났구나. 여러가지 이유로 지난 몇달간 미루어왔던 직장 이직이 이렇게 눈 앞에 펼쳐지니 참 신기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은 이직하지 않고 살 것처럼 지난 6년을 지내온 것 같다. 수많은 이들이 지난 6년간 오며 갔고, 떠나보낼 때마다 함께 했던 팀식사(Farewell Lunch)가 나를 위하여서도 돌아오니 이제 정말 가는구나 실감이 난다.

모든 상황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유난히도 분명히 보였던 지난 몇달이었던 것 같다. 내가 나의 의로움과 노력으로 솟아오르려하자 나를 낮아지게 하시고, 내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냥 주님~하고 주저 앉아있을 때에 나를 붙잡으시고 주권적으로 이끌어가신 그의 선하심을 다시 본다. 주님이 정말 주님되신다.

지난 6년간 좋든 싫던 매일 아침 걸어오던 출근길, 오후에 졸며 타던 기차,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나의 아웃룩 시그니쳐, 같은 팀인지 얄미운 원수인지 어쩔때는 헷갈릴뻔도 했던 일터 동료들, 습관처럼 매일 듣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유투브 음악. 모두 새로웠던 지난 2주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앉아서 사직에 대하여 나누다보니, 정말 고마울 정도로 기뻐해주는 이들이 많았다. 나도 덩달아 고맙고, 또 미안하다. 이렇게 헤어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왜 더 따뜻하게 그동안 한 사람 한 사람 대해주지 못했을까. 왜 한 번 더 참고, 한 번 더 웃어주고, 한 번 더 맞장구 쳐주지 못했을까. 뼛속까지 죄로 물든 인간인지라 또 한 번 이렇게 아쉬워하고 미안해하고 후회하는구나. 딛고 일어서 오늘부터는 이 날을 기억하며 더 잘해보자.

졸업하는 느낌이다.
대학 졸업하던 2011년 6월이 생각난다.
드디어 끝이다하며 후련했던 기분 반, 보이지 않아서 담담무서운 기분 반.

오늘까지 나를 이끄신 이가, 내일도 신실하실 것임을 믿는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Wookie
Living life one day at a time, nested in Chicago,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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